[앵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지만 국가가 없는 거나 다름없는 난민들은 정말 사방이 막힌 처지가 됐습니다.
살겠다고 목숨 걸고 탈출하지만 기회의 땅, 유럽으로 가는 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이집트’에 발이 묶인 난민들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세계를 가다, 강성휘 특파원이 카이로에서 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에어로빅, 운동, 산책, 조깅, 수영. 일주일에 5일에서 7일.
선생님 설명에 따라 글을 읽는 학생들은 보건수업이 한창입니다.
이보다 어린 학생들은 바로 옆 교실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다 수단을 떠난 난민 가족들을 위해 카이로 인근 주택가에 마련된 학교입니다.
5살부터 20살까지 난민 가정 학생 200여 명이 이곳 난민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 역시 난민들입니다.
남수단 출신 11살 나히트는 탈출 과정에서 오빠를 잃었습니다.
[나히트 / 수단 난민 학생]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고향을 떠나 유럽에 가려던 17살 조지는 카이로에서 7년째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조지 / 수단 난민 학생]
"어머니는 아직 남수단에 남아있고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습니다."
이집트보다 사정이 나은 유럽으로 가려면 난민 신분증이 필요한데 1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제임스 오쿠 / 수단난민학교 교장]
(유럽 가고 싶어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되나요?) "대략 10명 정도가 가고 싶어합니다."
이집트에서 아프리카 난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리아인들이 몰려 있는 카이로 외곽 동네를 찾았습니다.
한 달 10만 원을 내고 방 2칸 딸린 집에 많게는 12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임예진 / 수단난민학교 보건교사]
"난민들은 난민이기 때문에 직업을 얻기가 너무 어려운데 그나마 있던 가정부 같은 일자리도 거의 다 없어진 거죠"
레바논이나 시리아에선 난민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불법 이민 선박을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반이민, 반EU 노선을 내건 극우 총리가 80년 만에 이탈리아에 등장하면서 유럽으로 가는 길목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르자 멜로니 / 이탈리아 총리]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이민정책, 지정학적 정책, 테러와의 전쟁 등 유럽연합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큰 난제들이 있습니다."
난민들의 중간 정착지가 되어버린 이집트 역시 의료나 주거, 교육을 지원할 여력이 없어 난민들의 고달픈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카이로에서 채널에이 뉴스 강성휘입니다.
영상취재 : 오마르 마샤리(VJ)
영상편집 : 배시열